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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담당하는 뇌세포를 하이타이로 쫙쫙 빨아 말린 다음, 몇 개만 집어 넣어보기로 한다.

2014년의 기억을…

 

없다.
박장대소하며 기뻤던 일도, 콧물 섞인 눈물을 뿌려야 했던 슬픈 일도-이 글에서 어머님의 소천은 제외하기로 한다- , 울컥거리는 가슴을 진중하게 다독거릴 벅찬 기억도 없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그리고 닷새만 지나면 난 또 기억도 없었던 의미없는 한 살을 더 짊어지게 된다.
일요일 밤의 독서가 독이 된다.

‘시게마츠 기요시’라는 작가는 이렇게 읊조렸다.
“나이가 들고, 나는 더 이상 ‘미래’라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조금 앞의 일은 ‘예정’, 먼 미래의 일은 ‘노후’다.
그리고 꿈이나 희망, 행복이라는 단어는, 쓴웃음과 함께가 아니면 쓸 수 없다.”

내겐 미래가 있는가?

“아빠, 내일은 언제야?”
“응, 하루 밤만 자면 내일이야.”
아침에 눈을 뜬 꼬마가 다시 물었다.

“아빠, 그럼 오늘이 내일이야?”
“아니. 내일은 하루가 지난 다음날이 내일이야.”
“그래. 그럼 하룻밤 보내면 분명 내일이네.”
“그렇지.”

또 밤을 보낸 꼬마가 씩씩하게 물었다.

“아빠, 그럼 진짜 지금이 내일인거지?”
“그게 아니라니까. 하루가 지난 다음에 찾아오는 날이 내일이라니까.”
시무룩한 꼬마, 다음날 아침 조심스럽게 묻는다.
“아빠, 그럼 오늘도 내일이 아니겠네?”

어이없어 하는 아빠를 등진 꼬마는 세상을 향해 외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이해할 수 있는 외침이려나.

사진은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설치된 노엘마켓에서 러시아 전통인형인 마트료시카를 팔고 있는 한 상인의 모습이다.
인파로 북적이는 다른 상점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인다.

저 이에게 오늘의 기억은 어떻게 저장이 될까?

저 이에게 내일은 언제,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
<저작권자(c) ROOM265,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1/04 20:1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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