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애 청소년들이 파리에서 음악 및 연극 공연을 펼쳤다.

따지고보니 북한 측 인사들 틈에 껴서 취재를 해 본 경험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서 좀 놀랐다. 남측 북측 할 것없이 서로 섞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등 보통의 공연장과 다를게 하나 없었다.

단지 프랑스 주재 총 대표 등(북과 프랑스는 대사관계가 아니라 직함이 이렇다 한다) 북한의 고위 관계자가 참석해, 취재를 위한 방문임을 밝힌 나는 눈엣가시이긴 했나보다. (한국으로 발행하는 나와 다르게 프랑스 현지에만 발행하는 교민 매체 등에 대해서는 관대했다)

그러고 보니 남측 인사는 행사 관계자 빼곤 외부인은 나밖에 없었던 것 같기도 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걸려있는 문을 열고 들어선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북측 수행원들과 약간의 신경전을 통한 불편함도 있었다.

저편에서 전해져오는 눈총을 애써 외면하며, 렌즈를 들이댈때마다 슬쩍 앞으로 다가와 가로막는 그들을 피하며, 눈치껏 사진을 찍는 도중, 익숙한 음색이 들려온다.

‘아리랑’과 ‘고향의 봄’.

노랫말은 물론이고 쉼표까지 우리와 하나 다를 게 없었다. 익숙한 가야금과 손풍금을 통해 전해 들려오는 아리랑은 신경이 곤두서있던 내게 포근함과 편안함을 제공했다. 잠시 카메라를 내려 놓은 뒤 눈을 감고 연주를 즐겼다.

귀가 행복했다.

그 감정에 도취돼 나도 모르게 그만 나와 눈이 마주친 북측 수행원에게 ‘엄지 척’을 날렸다.

별 또라이 같은 새끼를 다 보겠다는 표정이다. 그래 멋쩍어 씨익 하고 살인미소도 날려줬다.

지도 어이가 없는 지 피식 웃는다. 어쩌면 자신들의 공연 솜씨에 굴복한 나를 보고 ‘네깟 놈이 그럼 그렇지’ 하며 우월감에 스며든 제스쳐일 수도 있겠다.

우야둥둥 그렇게 마음이 녹아내려 그들이 나를 경계하는 것도 그냥 알고보니 내 생김새가 이상하고 특이해 힐끗 보는 것일 뿐이라고 치부하고 넘겼다.

미국을 경멸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내게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공연과 미모의 소녀가 한복차림으로 열창한 ‘You raise me up’은 나를 해병대 박수와 함께 휘파람을 불게 하는 미친놈으로 만들어 줬다.

내 또라이 같은 짓이 ‘저 병맛같은 놈은 뭘 어떻게 해도 위해될 놈은 아니다’란 걸 인지하게 해줬는지 나를 멀리하던 꼬맹이들이 슬쩍 다가와 내 카메라를 만져보기도 한다.

그리고 공연자들이 공연을 끝낼 때 마다 어렵게 다가가 어렵게 이름을 물어보고 어렵게 대답을 듣는 내가 딱하고 보기 뭐했는지 곱고 아리따운 북측 관계자 여성(내 이상형인 소피마르소 보다 더 아름답고 섹시하게 느껴진 건 분명 기분탓만은 아닐것이다)이 내 수첩을 스윽 하고 낚아채더니 명단을 적어준다.

또 한번 마음이 녹는다. .

북한은 그저 한반도 북쪽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이고 가족이었다.

그리고 나 같은 또라이에게 관대했다.

덧 : 북한의 ‘용’과 ‘영’의 발음은 대부분의 남측인들이 알아 듣질 못했다.


북한장애청소년_01

북한장애청소년_02

북한장애청소년_03

북한장애청소년_04

북한장애청소년_05

<저작권자(c) ROOM265,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5/02/24 10:47 송고

Close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