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찐개찐… 도추(刀錐)에만 집착하는 거대 미디어그룹 경영진이나 한국언론사나…
르몽드에 재미있지만 마냥 재밌지만은 않은, 그러나 꼭 눈여겨 봐야 할 기사가 있다.특히사진기자들은… 아니 그보다는 편집국내 각 부서 데스크들과 경영진이 눈여겨 봐야 할 내용인 듯 싶다.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호주에서 시작된 다국적 미디어 그룹)과 함께 호주 미디어시장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페어팩스미디어 그룹이 최근 독자층 감소 등에 따른 경영난 악화에 대한 특단조치로 올 해 연말까지 사진기자 30명을 포함한 직원 80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감원 방침은 지난 2012년 6월부터 경영합리화 등을 위해 발표한 1천900명 감원 계획에 따른 연장선이라고 말했으며, 감원대신 게티이미지 등 외주업체나 통신으로부터 공급받는 사진자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알려졌단다. (어쩜 한국이나 여기나 생각하는게 그리 똑같니?)
이와 같은 발표에 소속 기자들은 집단으로 항의하며 24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는데, 이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과 표현이 재치발랄하다.
(아! 르몽드를 포함한 세계 유수언론들이 독자의 반응과 표현을 인용할 때에는 반드시 실명이나 그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등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인터넷 언론은 이와 같은점을 참고해 두번다시는 ”네티즌들은 ’00 대단한데?’,’00가 그래서 그랬구나!’,’00가 그랬는데 뭐 어쩌라고?’라는 반응을 보였다’라는 따위의 한국언론 개망신 시키는 졸라 쪽팔리고 유치한 어뷰징따위의 짓거리는 안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독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리아 내전에 대한 페어팩스미디어의 단독 특종사진’이라며 밀리터리피규어를 놓고 촬영한 사진을 게재하였고 또 다른 독자들은 장난감 자동차로 교통사고 상황을 연출한 사진을, 어린아아의 낙서를 ‘TEH AGE’지 1면 사진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사진들을 담아(사진 첫 번째, 두 번째) 페어팩스미디어를 조롱했다.
이어서 그들은 페어팩스미디어 소속 사진기자들이 취재했던 사진들을 게재하며(사진 3번째 부터) ‘앞으로 이런 멋진 사진들을 볼 수 없게 만든 페어팩스미디어를 저주한다’며 신문에 전문사진분야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와 함께 페어팩스미디어 경영진들에 대한 강도높은 질타를 퍼부었다.
경영난에 허덕일 순 없으니 어떻게 감원이라도 해서 살려보자는 경영진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건 뭐…
예전에 내가 존경해 마다않는 경제부 데스크 선배와 프랑스로 떠나기 전, 재회를 기약하기 위해 가진 술 자리에서 대뜸 내게 이런 질문을 하셨다.
“신문사에 사진부가 꼭 필요한가?”
질문을 듣는 순간 깜짝놀라 마시던 막걸리를 뿜을 뻔 했지만, 곧 그분이 던지신 질문의 의중을 알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선배의 말을 축약하자면 ‘신문사의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인원 감축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능력을 배양해 소위 말해 일당백이 되자는 것’이다. 꼭 부서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능력있는(안짤리는) 기자가 되려면 뭐든 다 할 줄 아는 이른바 멀티크로스 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공감했던 말이었다. 스스로도 사진기자가 사진만 찍을 줄 안다면 그건 사진’사’지 ‘기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회사가 시행하고 있는 인원감축에 대한 내용은 좀 다르다.
인원감축을 하는데 있어서 실적에 따라 부서별로 골고루 감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부 30명이 우선 감축대상인 것이다. 그 말은 우선순위를 따져 가장 필요없는 부분부터 잘라내겠다는 것인데 그 필요없는 첫 번째가 사진부라는 이야기다. 이 내용은 위의 데스크선배가 말씀한 내용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단순하게 기업의 관점으로 해석한 경영구도에 대해서만 단상에 올려놓고 이야기 해보자면 사진부가 여태껏 얼마나 소극적인 자세와 안일한 대처로 경영진들에게 형편없게 보였으면 제외대상에서 우선순위가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이 점만 놓고 보자면 사진기자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큰 덩어리로 볼때 이런 이론은 결국 언론사는 필요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사진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통신사가 있는데 뭐…’, ‘사진이 필요하면 펜 기자가 인터뷰하면서 몇 컷 따면 되잖아?’에서 ‘취재? 그 거 뭐 통신사 있잖아. 아니면 주변에 글 좀 쓰는 사람있자나 인터뷰 녹음해서 돈 몇푼 쥐어주고 맡겨’로, 그리고 결국에는 ‘우라까이 뒀다 뭐해?’가 되는 것이다. 경영을 살리자고 언론기능을 상실시키는 격이되는 것이다.
저 논리대로라면 언론사는 왜 필요한가? SNS에도 정보가 흘러넘쳐 1인 미디어가 판을 치는 마당에…
당연히 열독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 누구도 재미없는 소설을 돈 주고 사서 볼 일은 없기 때문이다.
찌라시와 언론의 차이는 ‘출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영진들은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언론사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꼭 기자들을 감축시키고 부서를 축소시켜야 하는 것 밖에 없는 것인가?
머리속에 든 것들 중 대부분이 똥과 단백질로 구성돼있어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개소리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을 몇 자 적어보자면, 언론이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 규모를 축소시키고 꼭 정부와 기관, 기업의 광고와 스폰에 목 메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들로 인한 수익 의존도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이쪽 눈을 가리면 저쪽 풍경은 보이지 않기 마련, 어디까지나 경영진의 지극히 외통수적인 판단이며, 그 동안 탄탄대로를 달려왔던 언론사 경영계에 편승한 경영진들의 안일주의 탓이라 생각한다.
어쩌다 기껏 한다는것이 외국 선진언론사에 대한 벤치마킹 -그것도 소프트웨어는 무시한 채 하드웨어만 베끼기식의-만 해오며 지들이 마치 무슨 개선장군이 된 것 마냥 자아도취에 빠져 지들 지면을 이용해 자랑질만해댔지 우리현실과 상황에 맞는 수익구조에 대한 연구개발은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질 높은 콘텐츠 제작과 더불어 언론 조직으로서 사회적 기능과 역할 그리고 의무 등에 충실하다면 독자들이 외면할 일은 절대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현 시대 독자들이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것은 IT 발달에 따른 포털의 진화 등, 시대의 흐름 탓만이 아니라 그만큼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걸 뜻하며, 믿음도 안가는 것들이 감동은 커녕 졸라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데다 선동질만 해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진기자도 졸라 반성해야 한다. 일전에 한 사진커뮤니티에서 ‘한국에서 사진기자 되는 법’이라는 글이 올라왔던 걸 본적이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서 부아가 치밀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수긍하는 점도 있었기에 자괴감이 심하게 들었던 적이 있었다. 내용인 즉슨 이렇다.
‘봄 되면 봄 꽃에 사람 넣어서 찍고 ‘사람들이 봄 꽃을 보며 싱그러운 봄 날을 만끽하고 있다.’, 여름되면 수영장에가서 애들 물장구 막 치게 하며 ‘물장구를 치며 여름을 만끽하고 있다’, 가을되면 ‘낙엽아래 책을 읽으며 가을정취에 도취되고 있다’, 겨울은 ‘두꺼운 옷을 입고 몸을 추스리며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사건은 소방대원들이, 경찰들이 처리하고 있다. 하면 끝~’
참 기가 막히지 않은가? 열 받지만 수긍이 되지 않는가? 아니라면 죄송하다. 나만 그랬다면 죄송하다. 천만다행이다. 나만 그래서…
이제는 사진기자들부터 개혁해야 한다. 매일매일 하는 스케치나 간단한 사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정치, 정부부처이야기는 통신사를 이용하면 된다. 통신과 계약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면 답은 나온다. 오죽하면 국회 2진들이 뭐 빠지게 해봤자 티도 안나는게 국회출입이라는 이야기를 하겠는가? -만약을 대비한 처사라는 것은 알지만 단순히 기회비용만 따져보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 시간에 신문은 감동이 있고, 재미가 있고, 깊이가 있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게 경쟁력 아닐까?
예전에 국민일보 사진부가 자체적으로 기획한 ‘블루골드 시대, 물이 경쟁력이다’는 정말 예술이었다. 이건 정말 글만으로는 절대 표현 할 수 없는 것이며, 사진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이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콘텐츠다. 나는 그 당시 기획내용이 담긴 신문을 구해 아직까지도 생각날때마다 보고 있다.
그 밖에 한국일보 사진부의 ‘로드킬’과 최근에 게재된 N서울타워에서 기록한 사진과 서울시 대기환경을 비교한 기획기사까지… 정말 감동이다. 그리고 재미있다. 브랜드가치도 올라간다 왜? 저 신문지에서만, 그리고 그 회사 제호가 박힌 홈페이지가 아니면 절대 볼 수 없으니까. -훌륭한 기획을 한 매체가 더 많지만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게 저것들 밖에 없다. 머릿속에 똥이 가득차 용량이 적다. 이해해주시라-
모든 언론사 사진부가 개혁해 각각 매체들이 독특하고 톡톡튀는 개성과 흘러넘치는 매력의 신문을 만들어 회사신장에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사진기자가 조직내뿐만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존중받고 존경받는 직군이 되었으면 좋겠다.
혹 회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두 번 다시 지면에서 저런 기사를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의 내용과 흐름상 사진기자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 될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에 세계 어디에 내놔도 가치를 인정받는 한국사진기자들의 활약상을 소개할까 한다.(링크참조 – 한국사진기자협회 http://www.kppa.or.kr )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선후배님들이 제작한 -나 따위는 흉내도 내지못할- 훌륭한 콘텐츠들이 정말 많다. 단지 이 글의 목적은 언론사 사진부의 현 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만 작성했기 때문에 그들의 훌륭한 업적 등은 본문에서 제외했을 뿐이다.
사진출처 : 르몽드 홈페이지 http://www.lemonde.fr/
페어팩스미디어 구조조정에 관한 르몽드 기사링크
http://bigbrowser.blog.lemonde.fr/2014/05/08/cliche-a-quoi-ressemblerait-lactu-sans-photographes/
<저작권자(c) ROOM265,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4/05/10 18:59 송고